소울이터 45화 감상

소울이터 2009. 2. 18. 13:57 posted by 하누랑

저번 화를 무척 재미나게 봤다고 저번 포스팅에서 썼었는데, 그랬기 때문에 이번 화에 대해 특히나 기대를 했었는데 솔직히 이번 화는 진짜 불만족이예요. 이번에 분위기가 조금 텐션업되면서 긴장이 풀어져서 그런지 그래도 지난 몇 주간 괜찮았던 작화가 갑자기 또 산으로 간 것도 그렇고 스토리도 그렇고요.

내가 일전에 분위기는 취향을 잘 안 탄다고 쓴 적이 있는데 [밝은 분위기는 밝은 분위기대로, 칙칙한 분위기는 칙칙한 분위기대로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그래도 취향 타는 거 하나가 밝게 할거면 제대로 밝게 하고 칙칙하게 할거면 제대로 떨어뜨리는게 좋아요, 어중간하고 이도저도 아닌 건 영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데 요새 전개도 그렇고, 2기 오프닝이나 4기 엔딩을 봐선 사실 앞으로 소울이터는 완전 시궁창 전개가 될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크로나가 마카를 지키려다가 대신 벡터 애로우에 꿰뚫린 것도 속으로 경악하면서도 올 것이 왔구나…… 한건데 그 때에 내가 속으로 했던 무수한 상념들과 애도들을 비웃는건지 "헐 크로나 안 죽었넹? 생명에 지장 없대여 ㄳㄳ"……. 그 건 그렇다 쳐도 슈타인이 너무 금방 돌아온 것도 그렇고 마지막까지 라스트 보스로 남을 줄 알았던 메두사가 무슨 일격에 죽네요? 그 것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주연들 중엔 가장 약체인 마카한테? 난 진짜 마카가 크로나와의 추억을 회상하면서 마인사냥 발동하며 메두사 써는 장면 보고 내가 무슨 점프만화 보고 있는 줄 알았다니까요.

슈타인이 완전히 미치고 메두사와 손을 잡은 이유가 41화에서의 슈타인의 내면세계와 현실을 혼동하고 마리가 죽었다고 착각했기 때문이 맞긴 하네요. 그리고 슈타인이 정신을 차리는 것이 마리 덕분이라는 건 두사람 관계상으로나 슈타X마리상으로나 [-_-;;] 당연한 거긴 한데 저기서 치유의 파장 발동하는 건 진짜 미스라고 생각해요. 마리가 가리고다니던 한 쪽 눈의 능력이 치유의 파장이었다는 건 좋은데……. 아니지 이 상황에서 치유의 파장 발동한다면 차라리 연출이라도 좋았으면 괜찮았을 텐데, 마리의 치유의 파장에 동화되는 슈타인의 내면묘사가 너무 싱거웠어요. 그냥 마리가 뿅 나타나서 "우리 함께 가자 슈타인 \(^O^)/" 이 거 하나에 25화부터 쎄워두던 슈타인 광기 플래그 끝내는 건 너무하잖아요……. 아니 제작진들이 연출력같은 거 없다면 차라리 이해나하지 슈타인의 혼란이나 광기 내면묘사는 그렇게나 근사하고 멋지게 연출하던 제작진들이 가장 중요한 데에서 이러시면 우와 슈타인 어떻게 되는거지? 하면서 두근두근하고 있던 제 마음은? ㅠㅠ

크로나 사망 플래그도 아니 살리는 것 까진 좋았어요, 나도 크로나 죽을 때 속으로 얼마나 소리를 질렀는데요. 그런데 그럴거면 마카에 라그나로크까지 동원해서 엄청 비극적인 분위기 연출하지나 말던가…… --;;; 솔직히 크로나랑 라그나로크 나중에 정신차렸을때 엄청 뻘쭘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제 죽을 거라고 생각해서 온갖 말 다하고 마지막 인사까지 했는데! 반면에 크로나 대신 돌아가신 메두사도 그래요, 7화부터 계속 나와서 각종 두뇌전술에 가공할만한 실력을 펼치며 귀신도 부활시키지를 않나 한 번 죽고 다시 살아나지를 않나 그 엄청난 규모의 아라크노포비아와 한 판 뜨지를 않나 정말 귀신이고 아라크네고 다 제치고 마지막까지 라스트보스로 군림할 줄 알았던 사람이 너무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이 일격필살에 뎅강 썰려나가 죽데요? 차라리 이럴 바엔 그냥 부활하지 말고 25화에서 그대로 죽었던게 나았겠다. 따…… 딱히 내가 베스트 쓰리로 좋아하던 사람이 죽어서 이러는 게 아닙니다 ;_; 읭읭

마카가 크로나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부터 메두사가 죽는 장면까지 나오던 그 삽입곡 솔직히 진짜 마음에 안들었어요. 크로나와의 아름다운 추억은 둘째치고 지금 꽤나 진지하고 심각한 상황인데 저렇게 발랄한 곡 틀어놓으시니까 감동받기는 커녕 손발리 오그라져요 진짜로……. 이 곡이 42화에서 마카가 정신차릴 때에 나오던 그 곡 같은데 솔직히 42화에서도 으악스러웠는데 이번엔 그 것보다 갑절은 황당하더라구요. 숨막히는 상황의 급박한 액션과 함께 샤랄라라라~ 하는 배경음의 부조화라니! 그 이전에, 슈타인이 제정신 차렸을 때에 흘러나오던 BLACK ★ STAR (never lose myself)도 저 곡만큼은 아니지만 조금 안 어울리는 것 같고……. 대체 요도 에피소드나 크로나 정화 에피소드에서의 그 신급의 음악 연출은 다 어디로 간거예요?

그리고 잊을 뻔 했는데 슈타인과 레이첼이 손댔던 광기 떡밥은 어떻게 된거예요? 아니 슈타인은 41화에서 또 하나의 자신이 방해해서 광기 자체엔 손을 대지 않았더라도 레이첼은 29화에서 선악의 열매…… 그러니까 광기에 손을 대었고 그래서 내가 저번에 레이첼이 멀쩡하게 집으로 돌아가긴 힘들겠다고 예상을 했던 거잖아요. 근데 이렇게 되면 그 TV 프로그램 떡밥은…… 그냥 분위기 내기위한 낚시였나요? 낚시하니까 또, 초반에 소울이 피아노 치려던 장면, 뭔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치려는 시늉만 하다가 끊어지더라구요, 기대했는데…….

후반부에서 아라크노포비아 측이 바바야가 성으로 진격해오는 블랙스타를 발견하고, 블랙스타가 바바야가 성에 도달하는 장면까지는 원작 12권의 후반부를 거의 본딴거라 계속 오리지날만 나오던 사이에서 무척 반가웠어요. 솔직히 모스키토가 높은 의자에 앉아있는 거 무슨 정통판타지의 라스트보스 마왕이 떠올라서 좀 웃겼지만. 그래도 미후네의 등장이나 블랙스타의 대사 "기다리게 했구나, 미후네. 이 몸의 등장이시다!"는 원작만큼은 아니어도 상당히 멋있었어요. 그것도 이 '원작만큼은 아니어도'가 원작에서 그 장면이 과도하게 멋있어서였지 애니메이션 쪽의 그 대사가 떨어져서는 아니구요. 지난 몇 화동안 블랙스타는 줄곧 엑스트라였는데 다음 화는 블랙스타가 비중높게 나올 것 같아서 기대되네요, 키드가 가져온 마도구 얘기도 좀 나오는 것 같고.

 

 

 

P. S. 잊을 뻔 했는데, 애니메이션 쪽도 원작과 같이 결국 코드…… 그러니까 주연과 사무전 측의 열쇠는 '용기' 인가봐요! 어쩌면 이 말이 중요한 코드가 될지도 모르겠고. 다만 일전에 용기는 광기에서 나온다는 말이 나왔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광기에 공포는 없다'지만] 이 말이 어떤식으로 불리하게 작용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지금 크로나가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난 걸 보니 애니메이션 쪽은 별로 걱정도 하지 않지만…….

P. SS. 크로나를 보니, 키리쿠네 팀은 어떨지 몰라도 우선 메인 주연 일곱 명 쪽엔 사상자가 없을 것 같네요. 물론 원작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고 애니메이션 쪽 얘기지만. 그리고 난 키드에 대한 걱정을 접기로 했습니다…… ^^ 자 이제 마음놓고 키ㅗㅗㅗ드를 까겠습니다. 야이 병신아 너 왜 요즘 나오지도 않냐 씨바롬아 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 꼴에 비싼 몸이라고 코빼기 하나 안 비치는 것 좀 봐 ^ㅁ^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ㅗ 아 사실 예전에는 덜 깠냐 물으신다면 물론 그 건 아니지만.

P. SSS. 그리고 본즈는 메두사를 살려내라! 살려내라! ㅠㅠ 나의 유능하고 아름답고 똑똑한 메두사가 저렇게 싱겁게 가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