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소울이터에 처음 손을 대었던 때가 날짜로는 작년 십 일월 이십 사일 정도 되었고, 홧수로는 BREW 쟁탈전이 막 시작할 무렵이었으니 삼십 사 화부터였네요. 별로 오래 된 것 같지도 않은데 어느새 열 다섯주 가량…… 네달을 넘게 이 아이들과 울고 웃고 했었네요. 그리고 이제 어느새 다음주, 아니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내일이 소울이터의 최종화 방영일입니다. 아직 최종화는 보지도 않았는데 벌써 마음이 텅 빈듯한 기분이네요, 솔직히 마음같아서는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후반부로 오면서 애니를 그렇게나 욕했지만서도 역시 끝난다고 하니 좀…… 아니 실은 많이 서운하긴 하네요 ^_ㅠ 하긴 아직 원작이 있지만서두…….
이번 화는 칭찬을 하기도 애매하고 욕을 하기도 애매하네요. 연출은 괴발새발이었는데 (특히 마카가 퇴마의 파장 발동시켜서 소울을 광기에서 꺼내는 장면, 그 중요한 장면을 그런 식으로 하면 어떻게 하냐구요 --;;) 그런데 전개는 또 상당히 재미있었어요. 저번 화부터 이어온 소울 (인 척 하는 악마) 과 마카가 갇혀있던 방에 대한 연출도 좋았고, 액션도 오랜만에 상당히 재미있었고. 또 원작에서 나오는 걸로 그칠 줄 알았던 키드 각성이 나오는 것도 나름대로 마음에 들었고! 그러니까 말하자면 그래요, 그럭저럭 재미는 있었는데 아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기는 연출이나 다른 점들이 좀 난감하고, 그런데 또 47화나 48화보다야 훨씬 나았고.
메두사가 사망한 이후로는 내내 공기였던 에루카랑 프리가 오랜만에 얼굴 비추기는 했는…… 데…… 이제 한 화 남은 시점에서 이 아이들 대체 어떻게 처리하려고 그러는건지 모르겠네요. 아마 여기에서 이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점은, 첫번째로, 어차피 메두사도 없겠다 역시 사신님 보다는 아수라가 더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일시적으로나마 사무전 측에 합류해 함께 귀신을 물리친다, 두번째로, 그냥 짜져서 공기되다가 엔딩에서 잠깐 우리 살아있어요 ^^ 하고 얼굴도장 찍는다 이렇게 두가지이겠는데 역시 키리쿠 팀이나 브레아, B. J. 를 생각해보면 두번째가 더 유력해보이네요. 그나저나 이 아이들 메두사가 죽으니까 정말 뻘쭘하네요, 메두사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아이들을 아라크노포비아에 잠입시켜놓고 죽은거야…….
이번 화 따라 유난히 SD 개그가 많았는데 이거 상당히 귀엽지 않았나요? 이를테면 소울 (로 보이지만 사실은 악마) 이 이 방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고 하는 말을 듣고 마카가 이런저런 대안을 말하는 장면이라던가, 키드가 각성하기 직전에 블랙스타와 키드가 뻘대화 주고받을 때라던가……. 양쪽 다, 특히 후자같은 경우 정말 심각한 상황인데 이와중에도 개그정신을 잊지 않는 소울이터의 개그전속 두 소년 수고하셨습니다 ^ㅇ^ 하긴 저때만 해도 몇 분 후에 일어날 일을 저 두사람은 몰랐으니까요.
광기에 잠식당한 소울의 내면묘사는 멋진 것 같아요, 마카가 소울을 구해내기 전 까지의 연출은 상당히 좋았고. (저번 화의 끝없이 이어지는 문과 계단이라던가, 이번 화에서 소울이 갇힌 상자나 마카가 소울과 소울의 모습을 한 악마를 구별해낸 방법이라던가) 전개가 흥미진진해서 재미있게 보는데, 마카가 빠져나갈 방도를 이것저것 제시하다가 죄다 소울에게 딱지맞았을 때에, 소울이 남아있는 방도가 딱 하나 있다며 씨익 웃는 장면 진심으로 놀랐어요. 그런데 저 표정도 보다보면 은근히 끌리는 매력이 있네요? 정말 소울이터는 저 정신나간 표정이 감상 포인트인 것 같아요! 다만 계속 상당히 재미있다가 마카가 퇴마의 파장 발동 시키는 장면 연출이…… 참……. -_-;; 하긴 이미 위에서도 이야기 했겠다 전 화들의 감상에서도 요새 중요한 장면에서 연출 발로 한다는 얘기도 지치도록 했으니……. 다만, 마카가 소울이 갇힌 상자를 열면서 "소울이 광기에 지배당하도록 놓아두지는 않아, 반드시 구해내고 말겠어!" 라고 대사하는 장면이 20화에서 마카가 크로나와 영혼의 파장을 맞추기 위하여 자진해서 광기를 받아들였을때의 소울의 대사 "마카, 절대로 빠져들게 놓아두지 않아!"가 연상되어서 좋네요.
이번 화에서는 키드가 저번 화처럼 손발 오그라지는 대사나 포즈는 안 잡아서 참…… 정말…… 진심으로 다행이예요. 다만 자신이 아버지를 끝까지 믿어주지 못했다는 것에 죄책감 가지는 장면의 심리묘사는 이유는 모르겠는데 왠지 좀 작위적인 느낌이 들더라구요, 기분상으로. 그 장면을 조금 더 진작부터 죄책감에 대한 복선을 깔았다거나 제대로 심리묘사를 해주었다면 좋았을텐데 아쉬워요. 그런데 중요한거, 정말 중요한게, 키드가 2차 영혼의 공명 쓰려고 할때 아수라가 난데없이 키드 공격하던거……. -_- 키드가 별다르게 이상한 대사를 내뱉지 않은 대신에 이 새끼가 몇 대사에 걸쳐 손발 오그라지게 할 것을 그 공격 한방에 내 손발이 오그라지다 못해 낙엽마냥 쪼그라들었어요. 으악 이런 썩을…… 저번 화 감상에서 내가 말했던 거랑 좀 비슷한 이야기긴 한데, 나 예전엔 세일러문 같은 거 보면서 세일러문이 변신할 때에 공격하면 될텐데 악당들은 왜 저걸 기다려주고 있을까 싶었는데 변신할 때에 공격하면 이렇게 되는군요? 저번화에 이어 소울이터가 내 손발 다 오그라지게 하면서 크나큰 교훈을 주고 계십니다.
그리고 키드의 머리카락 줄무늬, 이거이거 원작의 잡지 연재분에서 나온다고 미리니름 당하기는 했는데 설마 애니메이션에서도 나올줄은 몰랐어요! 각성장면 자체도 상당히 멋있었고 보통 진지한 전개 나올 때에 3자가 나와서 뻘소리하면 흥이 깨지던데 이 각성장면에서 리즈와 파티가 장단 넣는건 오히려 좋았었어요, 더 라인 오브 선즈의 비주얼도 근사했고. 다만 저 더 라인 오브 선즈의 선즈는 대체 스펠링이 뭘까요? sons…… 는 키드가 외동이니 아닐테고, suns도 영 아닌 것 같고, 설마 線s…… 는 당연히 아니겠죠 ㅇ>-< 그나저나 키드 이 새끼 미쿡물 좀 먹었다고 데스 캐논도 그렇고 데스 슬라이더도 그렇고 더 라인 오브 선즈도 그렇고 기술명들 죄다 영어로 만드는 것 좀 봐요. 야 이새끼야 우리말 써라 우리말!! ㅗㅗㅗㅗㅗㅗ 아 그리고 기왕 키드 얘기 하는거 뻘소리 좀 더, 이번 50화도 작화가 딱히 그저그랬는데 (오히려 초반은 좀 별로였어요) 어쩐지 어느 두 장면에 작화 퀄리티가 몰려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문제의 두 장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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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장면. 아…… 어…… 음…… 아니, 하긴 오십 화만에 키드가 발리는 건데 기왕 나오는 희귀장면 기합 좀 넣어서 그려주겠다 이건가봐요?
블랙스타도 분명 무언가를 열심히 하긴 했는데 왠지 느낌상 비중이 적었던 것 같아요. 참, 키드가 각성 발동 할 때에 아수라 몰아넣던 것은 꽤 멋있기는 했는데, 키드가 쓰러진 이후에도 아수라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에 얘가 "역시 이 몸이 신을 뛰어넘는 것은 숙명이라는 말이군" 하며 전투태세 잡는 거, 대사땜에 뭐가 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카와 소울이 데이트 끝내고 정신 차렸을 때엔 이미 블랙스타도 쓰러져있고 GG 게임오버 상황이라 조금 황당했어요. 액션씬 배분 좀 해주었으면 좋았을텐데……. 하긴 어지간한 중간보스들 엑스트라마냥 죽여버리고 히어로가 히로인 구출하는 씬도 그렇게 처리할 정도로 남은 홧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뭘 더 바라겠어요.
예고편은 보니까 기분이 정말 착잡해져서 노코멘트 할게요. 다만 지금 딱 한 화가 남은 상황에서 믿을만한 동료들은 다들 맛이 가고 투톱 주인공들만 남았는데 (예고편을 보니 그나마 남은 소울조차 정신줄을 놓는 것 같더만) 정작 라스트 보스는 너무 멀쩡하잖아요, 지금 라스트 보스 잡기도 바쁠텐데 저기…… 키리쿠 팀은? 브레아는? B. J. 는? 데스사이즈들은? 걔네 뭔가 크게 한 건 할 것 같더니 그냥 구경꾼이었나요? 크로나도 최후의 결전에 참전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설마 그냥 슈타인만 구하고 끝? 이게 다예요? 그리고 또 끝날때까지 저스틴의 이어폰과 옥스X킴 이야기는 확실히 해주었으면 하는데…… 힘드려나요? ㅇ>-<
그리고 이번 화로 역시 확실해진건데, 소울 이터 군과 마카 알반 양 결혼 축하드립니다 ^^ 예식장 정하시면 나도 꼭 청첩장 보내주세요, 적금 깨서라도 축의금 두둑히 싸들고 갈게요! 아 그리고 덧붙여서 블랙스타 군과 데스 더 키드 군의 결혼도 축하드립니다 ^^ 행복하게 사세요, 물론 너흰 축의금 안줍니다.
이 밑으로는 좀 땅파는 내용이라 화이트닝 처리 할게요, 긁어보실 분만 긁어보세요. 마지막 화는 내가 일어를 알아서 생방을 함께 보고 실시간으로 감정을 공유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생방은 커녕 시간이 없어서 일주일이 다지나서야 볼 수 있다는 것이 안타깝고 또…… 정말로 내일이 영영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참 착잡하네요, 기분이……. 실시간으로 달린다는 것이 이런 기분이었군요, 여태까지는 항상 뒷북치느라 몰랐었어요.